[심층분석] '온체인 달러화' 방어선: 카카오·신한·두나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과 가상자산법 2단계
2026-06-05T00:02:31.685Z
도입부
최근 막을 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블랙록 출신으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설계를 주도했던 조셉 샬롬 샤프링크 최고경영자(CEO)는 3,3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중 99%가 달러 연동 자산임을 지적하며, 온체인 금융의 달러화를 막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수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한국 금융 시장이 디지털 주권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법적 배경
지난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단계가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은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유통 규제입니다. 한국은행은 통화 신뢰성과 금융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지분의 50% 이상을 참여하는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요건을 갖춘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하는 인가제 방식을 검토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단계 법안 초안에는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해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국내 지점을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강력한 규제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및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자국 통화 중심의 온체인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규제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입니다.
핵심 분석
이러한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대형 기관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웹3 리서치 기업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는 150여 개 기관이 진출해 196건 이상의 파트너십을 맺고 진영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카카오 그룹입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4,000만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슈퍼 월렛'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하여,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처럼 즉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참여한 태스크포스는 카이아(Kaia) 퍼블릭 체인을 활용해 압도적인 대중적 접점을 선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반격도 거셉니다. 신한카드는 글로벌 블록체인인 솔라나 네트워크와 협력하여 결제 인프라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자체 블록체인 기술인 '기와(Giwa)'를 기반으로 네이버파이낸셜과 협력하여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토대를 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은행이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한화투자증권과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거래소를 단순 매매 채널이 아닌 차세대 스테이블코인 및 토큰증권(STO) 유통의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빗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확정에 앞서 서클 등과 손잡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망을 선점하는 우회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접근 방식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가상자산법 2단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순간 가장 강력한 유통 채널을 확보한 진영이 초기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공통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실무 가이드
원화 및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대중화는 일반 투자자와 세무 실무자들에게도 중대한 변화를 요구합니다.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것은 이종 코인 간 교환 및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따른 세무 처리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하거나 실물 결제에 사용할 경우, 이는 세법상 자산의 양도로 간주되어 양도차익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카카오 슈퍼 월렛이나 거래소 지갑 등 흩어져 있는 거래 내역을 통합 관리하여 취득 가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2단계 법안을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허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법인 투자자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재무제표상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할지, 무형자산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엄격한 회계 기준을 선제적으로 정립해야 합니다. 세무 신고 시기가 다가오기 전, 투자자와 기업 모두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를 세무 당국이 요구하는 소명 자료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세무 자동화 솔루션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전망 및 시사점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향방은 2026년 하반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본격화될 가상자산법 2단계 논의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한국은행의 주장대로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법제화된다면 전통 금융지주들이 생태계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금융위원회의 인가제 방식이 채택된다면, 4,000만 명의 플랫폼 장악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국경 없는 결제 인프라인 스테이블코인이 불러올 외환 규제의 변화도 주시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내국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주식 토큰에 직접 투자하는 시대가 임박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외국환거래법의 전면 개정 논의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론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웹3 시대에 대한민국이 자국 통화의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국가적 방어선입니다. 다가오는 입법 변화의 파고 속에서, 선제적인 세무 관리와 기술적 인프라 확보를 마친 주체만이 새로운 디지털 금융 질서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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