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 25억 달러 AI 칩 밀수 사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 — 엔비디아 서버 중국 우회 수출로 본 AI 공급망 보안의 현실
2026-03-23T00:04:56.43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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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25억 달러 규모 AI 칩 밀수 혐의로 체포
2026년 3월 19일, 미국 연방 검찰은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Super Micro Computer, NASDAQ: SMCI)의 공동창업자 이시엔 "월리" 리아우(Yih-Shyan "Wally" Liaw, 71세)를 포함한 3명을 엔비디아 AI 칩이 탑재된 서버 25억 달러어치를 중국으로 불법 밀수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번 기소장이 공개되면서 SMCI 주가는 하루 만에 33% 폭락했고, 시가총액 약 6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서 AI 반도체 수출 통제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범죄를 넘어, 미국의 AI 칩 수출 통제 체제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부터 시행된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우회 경로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금지 칩이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기소 배경: 강화되는 수출 통제와 집행의 현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 B200, H200 등 고성능 AI 가속기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습니다. 2026년 1월 13일에는 엔비디아 H200급 및 AMD MI325X급 칩에 대한 수출 심사 기준을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에서 '개별 심사(case-by-case review)'로 완화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지만, 수출자에게 미국 내 충분한 공급 확보,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능력 미전용, 수취인의 보안 절차 입증 등 엄격한 조건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밀수 문제는 오히려 확대되어 왔습니다.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약 14만 개의 H100 GPU가 불법 경로로 중국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수출 통제 대상 칩 132건의 판매 목록이 확인되었으며, 약 10만 개의 H100 재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개별 밀수 사건의 규모도 1억 2천만~3억 9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 의회는 BIS의 2026 회계연도 예산을 23% 증액 승인했으며, 그 중 수백만 달러를 반도체 관련 집행에 특별 배정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중국에 이온 주입 장비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2억 5,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BIS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제재였습니다.
밀수 수법: 동남아 우회 경로와 더미 서버의 함정
기소장에 따르면, 리아우와 루에이창 "스티븐" 창(Ruei-Tsang "Steven" Chang, 슈퍼마이크로 대만 법인 총괄), 팅웨이 "윌리" 선(Ting-Wei "Willy" Sun, 중개인) 등 3명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정교한 밀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이들의 수법은 다단계로 설계되었습니다. 먼저 리아우와 창은 동남아시아에 소재한 익명의 중간 회사 임원들에게 자체 운영용인 것처럼 슈퍼마이크로에 구매 주문을 넣도록 지시했습니다. 서버는 미국에서 조립된 후 슈퍼마이크로의 대만 시설로 출하되었고, 이후 동남아시아 회사의 다른 거점으로 배송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별도의 물류 회사가 서버의 식별 포장을 제거하고 무표시 상자에 재포장한 뒤 최종 목적지인 중국으로 발송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시리얼 번호 위장 수법입니다. 피의자들은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해 실제 서버의 시리얼 번호 스티커를 떼어내 더미(가짜) 서버에 부착했습니다. 진짜 서버가 중국으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시리얼 번호가 붙은 빈 껍데기 서버가 창고에 남아 감사와 검수를 통과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허위 서류 작성, 가짜 재고 연출, 암호화된 메시징을 통한 조율 등 조직적인 은폐 공작이 동원되었습니다.
2025년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불과 수 주 만에 약 5억 달러 규모의 서버가 이동했으며, 전체적으로 25억 달러어치의 서버 중 5억 1,000만 달러어치가 금지 칩을 탑재한 채 중국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법적 처벌과 슈퍼마이크로의 대응
3명의 피고인은 각각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s Reform Act) 위반 공모(최대 징역 20년), 밀수 공모(최대 5년), 미국 정부 사기 공모(최대 5년) 등 3건의 혐의에 직면해 있습니다. 리아우와 선은 3월 19일 체포되었으며, 리아우는 캘리포니아에서 보석으로 석방되었습니다. 대만 국적의 창은 도주 중입니다.
슈퍼마이크로는 회사 자체가 피고인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리아우는 기소 다음 날인 3월 20일 이사회에서 즉시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습니다. SMCI 주가는 금요일 거래에서 28.37% 하락한 22.06달러로 마감했으며, 약 45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단 하루 만에 소멸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슈퍼마이크로가 이미 SEC 조사, 회계 스캔들 등 일련의 위기를 겪어온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기업의 존속 자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분석가들은 "SMCI에 나쁜 소식은 Dell에 좋은 소식"이라며,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시장 점유율 이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슈퍼마이크로가 엔비디아 매출의 약 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법적 노출은 엔비디아에게도 직접적인 사업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동남아시아: AI 칩 우회의 새로운 허브
이번 사건은 동남아시아가 미국 AI 칩 수출 통제의 주요 우회 경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싱가포르는 엔비디아 칩 규제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AI 허브로 변모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가 특히 극적입니다. 대만에서 말레이시아로의 AI 칩 수입액은 2025년 3~4월에만 34억 달러에 달해 2024년 전체 수입액을 초과했습니다. 중국 AI 개발자들은 쿠알라룸푸르에 말레이시아인 이사를 내세운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규제 감시를 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엔지니어 4명이 베이징에서 쿠알라룸푸르로 AI 훈련 데이터가 담긴 하드드라이브를 직접 들고 가서 약 300대의 엔비디아 AI 서버를 임대해 데이터를 처리한 사례도 보도되었습니다.
칩 밀매상들은 선적물에 '차' 또는 '장난감'이라는 라벨을 붙이거나, 해외에 셸 컴퍼니를 설립하고, 복수의 유통업체를 활용하는 등 기초적이지만 효과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AI 기술 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운영 거점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등, 규제 강화가 밀수 경로의 다변화를 촉진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망: 수출 통제의 실효성과 기술 주권의 미래
CNAS 보고서가 지적하듯, "단 세 건의 보도된 밀수 사건에서 밀수업자들이 올린 수익 추정치가 BIS의 연간 수출통제 집행 예산의 두 배를 넘습니다." 이는 현재의 집행 역량이 위반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CNAS는 BIS 현대화를 위해 예산을 3억 1,300만 달러로 64% 증액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칩에 소프트웨어 기반 위치 인증 기능을 내장하는 방안, 내부고발자 프로그램 도입, 정보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슈퍼마이크로 사건은 AI 공급망 보안이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미국 정부는 수출 통제 정책의 '설계'와 '집행'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제조업체, 유통업체, 금융기관, 데이터센터 운영자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면서도 동시에 불법 우회 수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1월 14일에는 미국 공급망에 편입되지 않는 첨단 AI 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되었습니다.
핵심 시사점
슈퍼마이크로 밀수 사건은 AI 시대의 기술 통제가 단순한 규제 문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집행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헤어드라이어로 시리얼 번호를 옮기고, 더미 서버로 감사를 속이며, 동남아시아 셸 컴퍼니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첨단 칩을 우회시키는 현실 앞에서,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체제는 근본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기술 기업 경영진, 투자자, 정책 입안자 모두 AI 공급망의 보안과 투명성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임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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