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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가상자산 22% 소득세 전면 폐지법 발의 - 2027년 시행 앞두고 정치권 격돌

2026-03-26T00:04:36.953Z

KRW

2027년 과세 시행 9개월 앞, 폐지 법안 전격 발의

2027년 1월 1일 가상자산 소득세 시행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해당 과세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정치권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6년 3월 19일 가상자산 소득세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3월 25일에는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 등 국내 5대 거래소 대표들과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관련 현장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법안 발의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간담회 직후 가상자산 소득세 '전면 폐지'를 공식 당론으로 확정했습니다. 1,326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과세 형평성이라는 실질적 정책 논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의 입법 경과와 세 차례 유예

가상자산 소득세는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시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처음 제도화되었습니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이 제도는 업계 반발과 투자자 우려,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나 유예되었습니다. 첫 번째 유예로 2023년으로, 다시 2025년으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27년 1월 1일로 시행이 연기되었습니다. 정부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시장 안착 성과를 점검하고 국제 과세정보 공유 체계(CARF)를 구축한 뒤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한편, 2024년 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되면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소득세 부과 계획이 전면 백지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 투자자는 대주주가 아닌 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반면, 가상자산 투자자만 250만 원 초과 수익부터 22%의 세금을 내야 하는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폐지론의 핵심 논거: 형평성, 이중과세, 인프라 부재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폐지 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과세 형평성 문제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투자자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입니다. 박수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투세는 없애면서 가상자산 과세만 유지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식 매매 차익은 비과세인 반면, 비트코인으로 5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경우 약 55만 원(250만 원 공제 후 250만 원 × 22%)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둘째, 이중과세 논란입니다. 국세청은 이미 가상자산을 '재화(상품)'로 분류하여 거래소 수수료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김은혜 의원은 "투자자들은 이미 거래 수수료를 통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는데, 여기에 소득세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 부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상품(commodity)'으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이 논거를 뒷받침합니다.

셋째,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 미비입니다. 박수영 의원은 "국세청은 니모닉(비밀문구) 노출 사고 등에서 드러났듯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와 행정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세청 시스템은 국내 5대 거래소의 거래 데이터만 수집 가능하며,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나 개인 지갑 간 전송(P2P)에 대한 과세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강제 과세 시행이 자금의 해외 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추정에 따르면 이미 약 110조 원(약 8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대 거래소 간담회와 업계의 목소리

3월 25일 코인원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오경석 두나무(업비트)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최한결 스트리미 부대표,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이 참석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정식 정책위의장, 김은혜 원내수석부대표, 최보윤 의원, 박수영 기재위 야당 간사 등이 배석했습니다.

업계 대표들은 과세 시행 시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투자자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습니다. 특히 취득원가 산정의 모호성, 대여·스테이킹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 부재, 해외 거래소 이용 시 납세 의무 이행의 현실적 어려움 등이 집중 논의되었습니다. DAXA 측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시장 규율 및 산업 진흥 법안)의 조속한 추진도 함께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세청의 준비 현황과 민주당의 입장

국세청은 2027년 시행을 대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3월 12일에는 AI 기반 가상자산 거래 분석 및 탈세 적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조달 입찰을 개시했습니다. 또한 2026년부터 국제 가상자산 과세정보 자동교환(CARF) 체계가 가동되면서,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한국인 투자자의 거래 내역이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폐지가 본격적인 논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과세 비교

국제 비교를 통해 한국의 과세 체계를 조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자산(property)으로 분류하여 1년 미만 보유 시 최대 37%, 1년 이상 보유 시 0~2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일본은 2026년부터 잡소득(최대 55%) 분류에서 20% 단일세율 분리과세로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독일은 1년 이상 보유 시 완전 면세하며, 600유로 이하의 단기 차익도 비과세입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자체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22% 세율(250만 원 공제)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지만, 국내 주식 비과세와의 괴리, 그리고 과세 인프라 미비라는 고유한 문제가 겹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실무 가이드

현재 시점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7년 1월 1일 과세 시행 예정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으므로,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 대비를 병행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거래 내역 정리, 취득원가 증빙자료 확보, 해외 거래소 이용 내역 관리 등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양도·대여 소득 중 연 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 22%가 부과됩니다. 취득원가는 실제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증빙이 어려운 경우 2027년 1월 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 중 큰 금액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CARF를 통해 국세청에 거래 정보가 공유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향후 전망: 정치적 교착과 시나리오

이 법안의 향방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첫째, 민주당이 협조하여 과세 조항이 전면 폐지되는 경우입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선거 국면이나 여론 압박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폐지는 무산되지만 공제 한도 상향(250만 원 → 5,000만 원 등)이나 세율 인하 등 절충안이 도출되는 경우입니다. 과거 금투세 논의에서 공제금액이 5,0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네 번째 유예가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은 "초유의 4번째 유예는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26년 하반기 정치 일정과 여론 추이가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1,326만 가상자산 투자자라는 숫자는 어떤 정당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며, 특히 청년층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투자자들은 법안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도, 과세 시행에 대비한 세무 계획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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